Page 148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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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고 있으면 어쩌는가?”
              오설은 순간 크게 깨달아 그대로 수년간 석두를 섬겼고 마침내 오
              설화상이라 불리게 되었다.        4)




           이 선문답도 마조의 들오리 장면 못지않게 흥미진진합니다. 마치 한 편
          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이놈!” 하는 소리에 무심결에 오설은 뒤돌아
          봅니다. 바로 그 순간 석두는 옆으로 손바닥을 세웠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이 사내일 따름[只這個漢]인데 그렇게 우물

          쭈물해서 어쩔 것인가!”
           이 장면은 문답뿐만 아니라 몸짓이나 표정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
          니다. 석두가 지적한 것은 한쪽 다리는 문안, 한쪽 다리는 문밖에 걸치고

          있는 바로 그 찰나 오설의 모습입니다. 오설이 혹시 못 알아차릴까 봐 석

          두는 손바닥을 세워서 손의 측면으로 오설을 가리키기까지 한 것입니다.
          너무 생생해서 우리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선사의 어록은 이처럼 생생합니다. 장면 자체를 독해하는 데는 여러 견

          해가 있고, 해석은 서로 일치하지 않지만, 장면 자체는 팔팔하게 약동하고

          있습니다. 석두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문을 넘어가는 너는 물
          론, 불러서 뒤돌아보는 그 순간의 너를 함께 알아차리란 말이야!” 오설은
          비로소 ‘행동하는 자신과 그 자신을 뒤돌아보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깨달

          았습니다. 이렇게 깨달은 오설은 당연히 마조 곁으로 돌아가지 않고 석두

          를 스승으로 모셨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마조는 ‘오리만 보지 말고 오리를 바라보는 너’를 보라는 것입니다. 석두


          4)  祖堂集』 卷第十五, 五洩章 : 纔過門時 石頭便咄 師一脚在外 一脚在內 轉頭看 石頭便側掌云 從
           『
           生至死 只這個漢 更轉頭惱作什摩 師豁然大悟 在和尙面前給侍數載 呼爲五洩和尙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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