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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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하, 그 물을 건너지 마오
천당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금 당장 나하고 함께 천당에 가자고 하면
누가 따라가겠어요. 범부는 오직 원앙이 부러울 뿐 신선을 부러워하지 않
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물을 건너가자 뒤쫓아가며 말리다가 미치지 못
하고, 남편이 그예 물에 빠져 죽자 여인이 절망하며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 여인도 스스로 물에 빠져 죽었으니 망부가라고 해
도 좋고 절명시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노래인지 중국의 노래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2세기에 지은 거
문고 연주자를 기록해 놓은 『금조』라는 중국 문헌에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란 노래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5)
님하, 그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은 기어이 물을 건너가네
그예 물에 빠져 죽고 말았으니
이 일을 어찌하리오 6)
불과 16자의 짧은 노래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여인의 가슴에서 우
러나와 천지를 울립니다. 2,000년 전의 노래가 지금 들어도 호소력이 있
는 것은 인간의 마음은 이 정도 수준에서 서로 공명하면서 통하기 때문
입니다.
5) 蔡邕(133~192), 『琴操』에 “箜篌引者 朝鮮津卒 霍里子高所作也(…)” 운운하는 기록이 있지만, ‘조선진’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한 확실한 고증이 없고, 가사 또한 한문으로 쓰여 있어서 과연 [공무도하가]가 우
리나라 노래인지, 중국 노래인지에 대해 학계의 논쟁이 아직도 이어지는 중이다.
6) 蔡邕, 『琴操』 : 公無渡河 公竟渡河 公墮河死 當奈公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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