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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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오리만 보지 말고 오리를 바라보는 너를 보아라.
는 ‘너를 바라보는 너를 바라보는 찰나의 너’를 보라고 말합니다. 마조가
말한 ‘오리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려면, 그 ‘나’를 바라보는 ‘나’를 상정해
야 가능합니다. 마조와 석두는 결국 지향점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철학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나’까지는 생각할 수 있
지만, ‘나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나’는 생각할 수 없다
고 합니다. 마조와 석두는 ‘나’와 세계라는 존재의 심오한 의미를 그 극한
까지 파헤쳐 내려간 것입니다.
마조와 석두가 말한 ‘나를 찾는 것’은 선의 영원한 화두이자 생의 신비이며
철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아이고, 이런 이야기는 얼핏 들으면 쉬운
것 같지만, 나 정도의 수준에서는 끝까지 따라가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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