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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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혜원이 한 대 때렸다. 가쿠아는 즉시 혜원에게 의문을 풀어 달라고 했
다. 그해 가을, 남경으로 가는 길에 장로강長蘆江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혜
원이 가르쳐 준 종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다섯 게송을 지었는데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참을 구하고 거짓을 없애는 일은 본래 오묘한 것이
아니었고, 바로 거짓에서 참을 밝히는 것 모두 그릇되도다. 웃음을 참는 영
산의 늙은 송곳이여, 부서진 나무 구기를 남쪽으로 내던져라.”
그는 임제종 양기파를 전수했다. 귀국 후에 천태종의 본산인 비예산比叡
山에 머물렀으나 대를 잇는 제자는 없었다. 다카쿠라왕高倉王이 궁중에 초
빙gkdu, 선의 요지를 물었을 때, 피리를 꺼내 불었으나 왕은 이해하지 못
했다고 전한다.
다이니치 노닌大日能忍의 달마종
에사이 이전 실질적인 최초의 선종 개창자는 다이니치 노닌이다. 스승
의 지도 없이 삼보사三寶寺를 세워 선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
난하는 자들이 있어 제자인 쇼벤勝辨과 렌추鍊中를 육왕산의 불조덕광佛照
德光에게 보냈다. 노닌의 깨달음이 담긴 게송을 읽고 덕광은 임제종 대혜
파의 전법 인가장과 법의, 그리고 찬讚이 쓰인 달마상을 건넸다. 정통성을
인정받아 일본 달마종을 개창했다. 법을 이은 가쿠안覺晏의 제자 가운데 고
운 에조孤雲懷獎는 도겐道元의 제자가 되어 그가 개창한 영평사永平寺 제2조
가 되었다. 에조는 옆에서 들은 도겐의 법어를 『정법안장수문기正法眼蔵随
聞記』에 기록했다.
달마종은 당시 기성 종단이었던 천태종의 탄압으로 포교를 금지당했다.
『원형석서』 ‘에사이편’에서는 사자상승이 없는 노닌이 거짓으로 선종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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