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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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 역시 되풀이되는 기도수행(일
과日課)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기 자신을 조일 수 있는 긴장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공부의 불길이 꺼지지는 않지만 활활 타오르지도 않는다. 그래
서 나를 바짝 긴장하며 조일 수 있는 기도수행을 종종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비라기도가 그 치열함을 바라는 마음에 맞춰진 기도수행법이라
고 생각한다. 역시 언급한 대로 아비라기도에서 자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압권은 장궤합장의 법신진언 시간이다. 그러면 그 장궤합장이라는 조임을
통해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현재의 내 정신 상태가 어떠한지 바로 그
현주소를 알 수 있다.
1) 이 정도의 고통만으로도 이렇게 쩔쩔매는구나.
2) 이런 고통 상황에서도 나의 정신은 사방팔방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다니고 있구나.
나의 현 정신적 실태와 수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러한 상태이니 공부를 놓을 수 없고, 아니 더 매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는 그런 다짐과 자극을 받기에 딱 좋은 수행법이다. 장궤합장을 하고 차분
히 내는 법신진언의 소리에 집중하여 딴 곳으로 가려는 내 의식을 묶어 두
려 애쓴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일정하게 토해 내며 법신法身을 일깨우
는 소리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 듣고 응시凝視한다.
내가 어떤 자세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
다는 것은 바로 그렇게 하는 주체인 ‘나’를 강하게 인지하고 움켜쥐는 것이
된다. 주체 의식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주체 의식이 강해지면 내 삶
이라는 장場에서 내가 주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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