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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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뜻을 가지고 실천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수행으로서의 절, 양量보다 질質



           ‘불기자심不欺自心’, 성철 큰스님께서 강조하신 이 구절을 나는 종종 되새
          기곤 한다. 그 의미를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말라.”라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속지 말라.”고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단지 윤리적으로 잘 살기 위해 공부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속고 싶어 속겠는가. 몰라서 혹은 잘못 알아서

          속는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궁색
          할 땐 오만 가지 하지 않을 핑계거리를 찾는 것이 마음이다. “정성을 모아

          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어디 정성을 모으고 싶다고 마음먹

          는다고 정성이 제대로 모아지는가? 때론 감정에 속아 모아졌다고 여기지
          만, 그 정성이 얼마만큼 유지되던가? 이것은 제대로 모아진 게 아니다.
           절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는 참으로 간단하다. 초심자일수록 양量을 많

          이 해야 한다. 많이 해야 질質이 확보된다.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는 건 맞다. 하지만 많이 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이다.
           무엇보다 절을 하는 나 자신의 마음이 산만한 상태가 아닌 차분하게 집
          중된 마음의 흐름이어야 한다. 그 상태는 감정에 의한 문제가 아니다. 실

          제 존재의 상태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기적인 에고의 습기가 자신으로 하여금 감정의 조작을 일으킨
          다. 잠시 동안. 그리고는 속는다. ‘정성 들여 여법하게 자세를 취하면서 하
          는 게 중요하지…’라고 마음 먹고 조금만 하다 보면, 그 정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온갖 하지 않으려는 구실을 찾는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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