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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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혜안을 지닌 인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
                                    니 하면서 등장하는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
                                    진다.

                                      불교권 국가들의 합의된 산정 방식에 따

                                    르면, 붓다(Buddha)는 기원전 624년에 출
                                    생하여 80년을 살다가 기원전 544년에 삶
                                    을 마감하였다. 노자老子(기원전 6세기경)나

          사진 2.  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   공자孔子(기원전 551〜479)의 활동 시기도 거
              1883~1969).
                                    의 겹친다. 기원전 5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소크라테스(기원전 470년경), 기원전 4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장자莊子까지
          고려하면, 기원전 6세기를 전후한 1〜2 백 년간은 동/서양 보편지혜의 원

          천들이 앞다투어 지혜의 감로수를 흘리기 시작한 각별한 시대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시기 영성들이 구사한 언어의 수준이다. 개념 선택,
          명제 설정, 분석과 추론, 상징과 비유, 의미 지평 등에 있어서 그들의 언어
          능력이 보여주는 수준은 ‘언어적 인간’의 고도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

          리가 현재 구사하는 언어능력은 기본적으로 그 시기에 그들이 보여준 수

          준과 별 차이가 없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약 5〜6천년 전에 문자언어와 결합하기 시
          작한 인간의 언어능력이, 그로부터 약 2500년이 지난 붓다의 시대에서는

          현재 우리가 구사하는 정도의 고도 언어능력을 보여주는 수준에 이미 진

          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시기의 인간은, ‘사유와 욕구가 언어와 한몸
          처럼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 길’, ‘언어의 성채를 짓고 그 안에 거주하는
          길’에 이미 올라 있었고, 또 그 길을 질주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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