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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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영성과 차원 높은 언어인간


               ‘수행’은 인간의 언어적 면모와 이중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의 모든

             성찰은 언어에 기대어 있다. 그 어떤 비판적 성찰도 현상을 언어로 분류하

             고 개념을 통해 반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인간이 ‘언어인간의 면모’를 비
             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것도 고도화된 언어능력 때문이다. 인간의 언
             어능력은 자신의 언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재성찰할 수 있는 ‘성찰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수행을 선택한 영성들은 이 언어능력의 자기 성찰력

             을 가동하여 ‘언어인간의 문제점’을 성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행은 일
             차적으로 ‘언어의 안내’를 받고 있다. 언어를 ‘안아야’ 수행 길이 보인다.
               그런데 수행 영성은 언어능력을 통해 언어의 지배적 속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동시에 언어의 안내를 받은 언어적 성찰만으로는 언어 속성에

             서 해방되기가 어렵다는 점도 자각한다. 언어의 안내를 받지만, 언어 안내
             만으로 언어의 덫에서 풀려나올 수는 없다는 점을 성찰하고 있다. 이 지점
             에서는 언어를 ‘밀쳐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와의 전면적 결별은 사

             실상 불가능하다. 언어의 폐기는 경험의 백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깨

             달음’, ‘진리’라는 이름으로 언어적 경험의 백지상태로 향하는 시선은 공허
             한 망상이다.
               수행으로 새로운 진화를 전망하는 영성은 이 이중적 관계를 동시에 소화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딜레마는 양자 택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양자  통섭通攝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언어와  ‘만나면서도  헤어지고’
             ‘안으면서도 밀쳐내는’, 두 행위가 ‘서로 열고 서로 껴안는’ 통섭通攝의 길에
             올라야 한다. 이 통섭은, 마치 동아줄 잡고 오르는 것처럼, 한 손으로는 언

             어를 잡되 다른 한 손으로는 언어를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흙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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