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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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을 다니는 것처럼, 언어를 굴리면서도 언어 흔적을 지워내는 것이다.
           언어를 붙잡고 껴안는 일에 치우치면 이해 지상주의에 빠지기 쉽고, 언
          어를 밀어내는 일에 치우치면 언어 부정주의에 휘말리기 쉽다. 이해 지상

          주의는 흔히 합리주의로 포장되고, 언어 부정주의는 신비주의로 미화되곤

          한다. 이 두 치우침으로부터 얼마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수
          행문화와 그 전통의 근원적 과제이다. 붓다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이
          후 불교 전통에서 얼마나 제대로 계승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수행 영성은

          ‘언어 이전의 인간’으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 높은 언어인간’을 겨냥

          해야 한다. 언어에 끌려다니지도 않고, 언어를 버리지도 않는, 언어인간의
          새로운 진화가 목표여야 한다.
           붓다는 수행문화와 그 전통 속에서 등장한다. 기원전 8세기부터 목격되

          는 ‘지식 폭발’ 현상이 ‘언어인간’의 본격적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고, ‘언어

          인간’의 면모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영성이 그에 맞물려 등장한 것이
          라면, 붓다가 등장한 기원전 6세기의 수행문화는 근 200여 년의 전통을 지
          닌 셈이다. 수행문화의 연원을 충분히 올려 본다고 해도, 고타마 싯다르타

          가 만난 수행문화와 그 전통은 아득히 오래된 것은 아니다. 고타마 싯다르

          타가 만난 수행전통은 ‘언어인간’이 보여주는 ‘욕망의 무한 증폭과 배타적
          분출’을 주된 문제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치유와 극복을 위해
          선택한 수행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선정禪定 수행이고, 다른 하나

          는 고행苦行이다.



            붓다가 경험한 두 가지 수행법



           고타마 싯다르타는 실존의 근원적/궁극적 치유를 위해 먼저 선정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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