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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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처럼 들리기도 한
다. 소리의 횟수가 늘어
날 때마다 나무 부처님은
한 걸음씩 속세의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된다.
한봉석 장인은 2025년
완성 예정으로 작업하고
사진 4. 밑그림 스케치.
있는 월정사 화엄변상
도華嚴變相圖 대작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길이가 20미터 이상 되기 때문에
규모도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한쪽에는 스케치한 밑그림이 잔뜩 펼쳐
져 있다. 그림에서부터 조각조각 다듬어져 나무로 입체화되는 과정이 경
이롭다. 나무에도 종류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이 목재로
많이 사용됩니다. 참나무나 느티나무는 결이 아름답고 단단하여
오랫동안 그 형태를 보존하기 때문에 가구재 등 여러모로 많이 사
용됩니다. 하지만 나무가 단단하기만 하면 오히려 부러지기 쉽습
니다. 강하면서도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건물의 기축이
되는 대들보의 경우, 긴 길이의 나무로 건물 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단단하면서도 신축성을 함께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소나
무를 찾게 되는 거지요. 기둥 재료로 참나무, 느티나무가 가능하지
만 ‘보椺’를 올릴 때에는 소나무가 적합한 것이죠. 나무의 물성을 잘
알고 그것에 맞는 쓰임으로 사용하는 것이 완성도 높은 작업이라
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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