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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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던 것입니다. 저항이 사라지고 한없는
             자유와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 자유와
             행복에 황금 만 냥을 쓴다 해도 전혀 아

             깝지 않다고 느낀 것입니다.

               그가 지은 게송은 보석처럼 아름답
             습니다.
               ‘이 한 번의 넘어짐, 이 한 번의 넘어

             짐’이라고 두 번 반복한 기법이나 ‘만 냥

             황금을 쓴다 해도 괜찮지’, ‘어깨에 멘
             지팡이에는  청풍명월  매달았네’  같은
                                                   사진 5.  고창 선운사 조사전에 있는 임제
             구절에서는 깨달은 사람만의 단순하면                        의현 진영.
             서도 영적인 터치가 느껴집니다.

               만 냥 황금이라는 표현은 임제(?~867)가 처음 사용하였습니다만, 그 뿌
             리는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陁那』에 있는 붓다의 설법에 있
             습니다.

               초기 불교 교단에서는 출가사문은 매일 걸식을 하며 하루의 생활에 필

             요한 이상의 금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엄한 계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제2권에 보면, “진심으로 세속을 떠나 열반을 구
             하고 청정한 행실을 닦기 위한 것이라면, 여러 필추(비구)들이 입고 있는 옷

             이 1억 냥의 가치가 있고 거주하는 집과 방이 5백 냥의 가치가 있으며 먹

             는 음식에 모든 산해진미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것들은 모두 내가
             받으라고 허락하노니 너희들은 받아쓰도록 하여라.”라는 붓다의 설법이
             적혀 있습니다.

               이렇듯 선사들의 말 한마디는 그 뿌리를 경전에 두고 있을 때 종교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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