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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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우리를 시기하며 흘러가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5)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한 사람들이 비슷한 생

             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임제와 호라티우스는 오직 ‘오늘’이 있을 뿐
             이니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순간에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
             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헤매는 곳은 대개 과거 아니면 미래입니다. 그것을 마음

             의 방황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현재 순간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때 마음의
             방황이 멈추며 깊은 평화를 느낍니다. 마음이 현재에 살 때 그 경험은 매
             우 생생하며 지극한 행복의 느낌입니다.             6)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호라티우스가 쓴 라틴어 시의 마지막 구절로서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붙잡아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존재의 덧없
             음을 인식하고 때때로 죽음을 응시하거나 죽음의 바다 위를 떠다닐 수 있
             는 능력이야말로 카르페 디엠 생활방식의 결정적인 요소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든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단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황금 만 냥이라도

             내놓지 않겠어요?
               산책이든 산행이든 절반은 돌아오는 길입니다. 왜가리나 백로는 거의
             꼼짝하지도 않고 물속에 서 있습니다. 댕기 깃이 뚜렷한 왜가리 한 마리가

             물결에 비치는 자신의 그림자 위에 서 있습니다. 자연에는 추한 모습이 하

             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가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갈대나 시냇물
             이나 바람이 되어 평범한 것들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5) Quintus Horatius Flaccus, 『The Odes』Ⅰ권.
             6) 로버트 라이트, 『불교는 왜 진실인가』 , 마음친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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