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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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1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34 | 동화천을 따라 걸어봅니다. 강바
닥에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아서 갈
대가 무성합니다. 빛에 따라 시시각
각 갈대숲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참
이 한 번의 넘어짐! 새, 까치, 오리, 백로는 저마다 다른
곡선으로 날아갑니다.
잠시 햇살이 비치자 풍경은 일순
서종택 시인
빛이 납니다. 저마다의 색깔은 빛을
받아 살아나고 먼 산 능선은 조용하
게 흘러내립니다. 새들이 날아가고
고라니가 숨어서 움직이는 갈대숲
위로 바람이 불고 갑니다. 벌거벗은
대자연 앞에 서면 비밀의 세계로 들
어가는 문이 열리는 느낌입니다.
갈대숲과 고라니
고양이 한 마리가 갈대숲 속에 웅
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사람 소리가
나자 우리를 빤히 쳐다봅니다. 사냥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을 나온 걸까요, 자신의 영지를 순찰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하러 나온 걸까요. 우리가 어릴 때는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고양이를 ‘살찐이’, ‘고내이’, ‘고냥이’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라고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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