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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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했습니다.
               하지만 가섭존자는 노발대발하며 “너는 개소야간疥瘙野干이야.” 하고 일
             갈합니다. 개소야간, 바짝 마르고 옴 오른 병신 여우 새끼라고 욕설을 해

             버렸습니다. 성한 여우도 아닌, 아주 바짝 마른데다 옴까지 오른 여우 새

             끼가 어디 사자굴에 어른거리느냐, 그러니 두말 말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거머쥐고 저기 문밖으로 쫓아내면서 문을 확 닫아
             버립니다.

               결국 아난은 결집에 참석하지 못하고 쫓겨나서 비사리성毘舍離城으로 가

             서 참으로 용맹정진했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좀 있는데 상세한 것
             은 말할 필요가 없고, 어쨌든 용맹정진해서 확철히 깨쳤습니다. 그래서 다
             시 가섭존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때서야 가섭존자가 인가를 했어요. 인가

             하면서 “네가 이만하면 부처님 법을 바로 알았으니 실제로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는 자리에서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을 구비했다.” 하고는 대중에게 좋
             은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아난을 중심으로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게 된 것
             입니다. 그것이 1차 결집 상황입니다.

               경전 맨 앞에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렇게 들었다.”로 시작하는 부분

             입니다. 아난이 ‘나는 이렇게 들었다’라고 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좔좔 구술
             합니다. 그리고 대가섭존자가 대중들에게 “여기 아난이 구술해 전한 내용
             중에 혹 빠진 것이 있느냐?”고 물어, 대중들이 들어보고 “한마디도 빠진 것

             이 없다.”고 하면 만장일치가 되어, 그대로 암송하고 합송으로 전해 뒷날

             팔만대장경이 되었습니다.
               교敎에 있어서만큼은 팔만대장경을 다 머릿속에 넣어 놓고 있던 아난존
             자도 실지로 깨치기 전에는 개소야간, 아주 다 죽어가는 바짝 마르고 옴 오

             른 여우 새끼라는 낙인 패를 달고 쫓겨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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