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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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자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가섭존자한테서 욕을 먹고 쫓겨나 나중에
깨쳐 부처님 근본법을 이었으나 실지 누구 제자이냐면 가섭존자 제자입
니다.
불법은 깨치는 데에 있지 언어문자에 있지 않다는 이것을 분명히 알아
야 합니다. 팔만대장경 경판을 모셔 놓고 있는 해인사 법당에 앉아서 왜 교
를, 경을 이렇게 천대하느냐고 혹시 대중들은 생각할지 모르지마는, 경을
실지로 바로 알려면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천경
만록千經萬錄 전체가 다 ‘마음자리를 바로 보라’ 이 말이지, 글자만 보고 뒷
짐 지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부처님은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없습니다.
『능엄경』 같은 데서도 부처님이 아난존자를 꾸짖으며 늘 하신 말씀이 이
런 내용이거든요. “저 과거 무수불이 출세해서 무수한 법문을 설했는데 그
많은 법문을 네가 미래 겁이 다하도록 기억해 외운다 해도 잠깐 하루 동안
무루업을 닦는 것, 선정을 닦는 것, 참선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좀 전에도 내가 말했지마는 “선시불심禪是佛心이요 교시불어敎是佛語라”,
선은 부처님 마음자리를 그대로 전한 것이고, 교는 부처님 말씀을 전한 것
인데, 그 ‘말씀’이라 함은 부처님 마음자리를 바로 보라고 하는, 달을 가리
키는 손가락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든지 그 뜻을 알 것 같으면 어
쨌든 달을 봐야 합니다. 손가락만 본 사람은 일평생 헛일한 사람일 뿐이요,
밥 얘기 천날만날 해봤자 배만 더 고프니 실지로 밥을 떠먹어야지, 밥 얘
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입니다.
그것이 선과 교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교외별전, 교 밖에 따로 전한
것, 가섭이 아난한테 전하고 아난이 상나화수商那和修에게 전하여 저 달마
스님에까지 28대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것이 육조스님한테 전해지고,
육조스님 이후 또 큰스님들이 법을 전해 무종의 회창사태 이후에는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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