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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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존자가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닙니까? 아난존자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녹음기 이상으로, 녹음기는 기계라서 혹 고장이라도 날 수 있지만 아난존
             자 기억은 고장도 안 나요. 한 그릇의 물을 이쪽 그릇에서 저쪽 그릇으로

             전하는 것[瀉甁]과 마찬가지로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전할 정

             도라 말입니다.
               아난존자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다 기억했습니다. 부처
             님 시자를 삼십여 년 동안 했고 부처님 법회에 참석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아난존자가 출가하기 이전의 법회는 그 법문을 들었던 스님들에게서 전해

             들어, 출가하기 전의 법문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난존
             자를 빼고는 부처님 법문을 수집할 수 없는 그런 형편이었습니다. 대중 스
             님들은 아난이 있으니까 부처님 법문을 하나도 누락됨 없이 잘 수집하게

             되리라고 온 기대를 아난한테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가섭존자가 대중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부
             처님 법문을 수집해야 한다. 여기는 전부 사자가 모인 사자굴인데 여우 새
             끼가 한 마리 있구나. 여우 새끼는 사자굴에 들어오지 못하니, 여우 새끼 저

             놈을 잡아내라.” 하였습니다. 대중이 모두들 누구를 여우 새끼라 하는지, 누

             구를 잡아내라 하는지 몰라 가섭존자에게 물으니, “아난, 저놈을 잡아내라.”
             는 것입니다. 대중의 기억을 다 모아도 아난 한 사람의 기억을 못 당해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아난이 없으면 부처님 법문 결집을 제대로

             못할 터인데, 어쩌려고 아난을 쫓아내라 합니까?” 하고 아우성이어도 가

             섭존자는 “아니야, 저놈은 앵무새처럼 입만 가지고 있지. 생명이 없는 말
             은 소용이 없어. 쫓아내 자기가 공부를 해 깨치고 오면 함께 할 수 있지만,
             결집을 못하면 못했지 아난은 절대로 결집에 참석할 수 없다.” 기어이 아

             난을 쫓아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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