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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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이 천하에 퍼져 불교 생명선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보면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거든요. 왜 그러냐면
          밥 얘기 천날만날 해 봤자 배가 고프면 더 고팠지 배부를 리 없으니, 밥 얘

          기나 하는 쪽은 자연히 없어지고 마는 것이고, 좀 시원찮더라도 실지로 밥

          을 떠먹으면 자연히 기운이 생기고 배가 안 부를래야 안 부를 수 없으니 밥
          을 먹어 생기가 있는 쪽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살지 않을래야 살지
          않을 수 없단 말입니다. 그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에 교가는 무종의 회창

          사태 이후로는 전과 같은 성황을 이루지 못하고 그 뒤에도 교가에 큰스님

          들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시 융성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선은 실지로 밥 먹는 것이요 실제로 달을 보는 것이고, 우리 불교 근본
          생명을 그대로 살리는 부처님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없어질래

          야 없어질 수도 없고 흥성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교는 자연히 쇠

          퇴하고 선은 그대로 융성해 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제종 하나만
          더 융성한 까닭은 임제스님 법문이 실제로 사람을 제접提接하는 데 다른 종
          파에 비해 독특한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이라 하면 임제스님

          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고 선종이라 하면 임제종을 빼놓을 수 없게 된 것입

          니다.
                           - 성철스님의 책, 『성철스님 임제록 평석』(장경각, 2018)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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