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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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을 것 같다.


            초기경전에 나타난 ‘차별적 평등성’의 입장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불교에서는 인간의 열반, 즉 고통으로부터의 완전
          한 해방을 추구하지 인간이 아닌 기타 다른 존재들의 그것을 추구하거나
          도모하지는 않는다. 오직 인간의 몸을 받고 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 깨달음

          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전들 속에서 불살생이나 대자대비라는 불교적 도덕 가치들은 동물들
          의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경
          전 속의 언급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

           이와 관련하여 이안 해리스는 동물들에 대한 초기불교의 태도를 가리켜
          그것은 근본적으로 수단적인 것이었다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바 있다. 동
          물들에 대한 수행자들의 배려나 관심은 어디까지나 수행의 최고 목적인 깨

          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휘된 사무량심의 이중효과적인 결과물에 지나

          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행자들은 동물을 포함한 자연세계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을 요청받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태도는 오히려 다
          른 자연 존재들보다 수행자 자신의 정신적 고양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 ‘삶의 수레바퀴(bhavacakra)’ 또한 일체중생
          의 도덕적 평등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들 사이의 위계질서


          1)  Ian  Harris,  “Attitudes  to  Nature”,  in  Peter  Harvey  ed.,  Buddhism(London;  Continuum,  2001),
           pp.24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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