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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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선사들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옆에서 함께 지켜본, 말 그대로 반려
             자와 같은 동물들이 있다. 이들은 종종 서로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사
             이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숭이 무리들과 벗하며 도토리와 밤을 주워

             식량으로 삼았다는 위산영우, 낙낙장송의 가지 위에서 까치와 함께 살았

             던 조과화상, 사슴과 금낭조의 시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행인선사, 암자
             주변에 호랑이뿐만 아니라 이리와 사슴 떼가 뛰어놀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
             았던 우두법융, 동물들이 가져다준 음식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범일

             국사 등의 이야기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둘째, 선사들과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고 수행생활을 외호하던 동물들이
             있다. 이런 유형의 사례로서는 공양미를 강탈하려는 도둑들로부터 호랑이
             가 공양미를 지켜주었다는 남양혜충, 호랑이를 법제자로 두었던 선각선사

             등의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셋째, 불법을 듣거나 진리를 설하는 동물들도 있다. 이는 똬리를 틀고
             자신의 몸을 휘감았던 뱀에게 삼귀의를 일러주고 교화시킨 가비마라존자,
             동시에 일곱 줄씩 읽어 내려가며 60일 만에 『법화경』을 모두 암송하자 이

             를 지켜본 염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경청했다는 영명연수, 항상 따르

             던 5백 마리의 학에게 게송을 일러주어 깨닫게 했다는 학륵나존자, 까마
             귀에게 설법을 한 위산영우, 원숭이의 울음과 새소리와 초목과 숲이 모두
             설법을 한다고 말한 천태덕소, 제비 새끼 한 마리가 훌륭한 법문을 한다고

             칭찬한 현사사비 등의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

               다만 이런 선불교의 동물 이해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여섯 수레바퀴
             의 위계질서 속에서 파악한 테라바다 불교의 입장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는 점과 그와 같은 관념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천가능한 행위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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