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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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 단계에 이르렀을 때 마음의 평정, 마음 다함, 맑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
          습니다. 이런 상태로 초야에 이르렀을 때 첫째 앎, 숙명통宿命通을 얻어 전생
          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영원한 현재’·‘무시간성’을 체험한 것이

          라 볼 수 있습니다. 중야에 이르렀을 때 둘째 앎, 천안통天眼通을 얻어 모든

          중생의 죽음과 태어남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후야에 이르러서는 누
          진통漏盡通을 얻어 중생에게서 흘러내리는 쾌락과 욕망과 무지와 삿된 생각
          이라는 네 가지 누漏를 어떻게 멸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강 너머로 먼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무지는 사라지고 앎이 떠올

          랐다. 어두움은 사라지고 빛이 떠올랐다.” 6년의 고행 끝, 35세의 나이로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제 문자 그대로 붓
          다, ‘깨친 이’가 되었습니다. 성불이요 대각이요 활연대오요, 확철대오였습

          니다. ‘대웅大雄’이 된 것입니다. 이런 우주적 사건을 경축하기 위해 땅은

          흔들리고, 마른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나고, 철도 되지 않았는데 나무에 꽃
          이 피고, 하늘에서는 온갖 꽃이 쏟아졌습니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불교의
          태반이요 심장이요 불교의 존재 이유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 창시자들의 체험


           붓다는 이런 체험을 통해 불교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세계 종교 창시

          자들을 보면 이런 강력한 체험을 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면,
          유대교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모세도 광야에서 양을 치고 있었는데 불이 붙
          었으나 타지 않는 떨기나무에 나타난 야훼 신이 “모세야! 모세야!” 부르고

          모세가 이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는 응답을 시작으로 유대교의 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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