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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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2024년 3월 6일 열린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불교는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수많은 억압과 피해를 당했습니다. 많은
             스님들이 유생들의 모함과 핍박을 받았으며, 심지어 유배지에서 맞아 죽

             는 뼈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종교의 역사는 이런 아

             픈 과거를 안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진 불교
             와 유교가 서로 배척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다시 대화하는 마음을 담고 있
             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을 풀 수 있는 영감

             을 주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화합과 공존의 지혜를 찾

             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쪽에서 매화 향기를 머금고 북쪽에 가서 동안거를 마친 제자를 만나
             고 대화를 모색하는 한 권의 책을 출간하고 나니 비로소 매화 향기가 가슴

             에 퍼지는 것 같습니다. 잿빛 속에 느끼던 봄빛이 비로소 홍매의 색감으로

             채색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계파선사가 심은 한 그루의 홍매가 화엄사
             의 봄을 해마다 새롭게 하듯이, 도처에서 정진하는 수행자들의 구도심과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성과가 우리의 미래를 꽃피게 할 것이라 믿습니

             다. 매향만리梅香萬里라, 도처에 매향 가득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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