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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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3층은 커다란 통나무 원목을 깎아 가파
르게 세워 놓은 나무 사다리를 기어서 올라가다시
피 했기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층의
외벽에는 수백 명의 분노존忿怒尊들이 두 눈을 부
릅뜨고 있었고, 내벽에는 죽음과 환생의 중간 상
태인 바르도(Bardo), 『티베트사자의 서』에서 묘사
된 다양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어서 심약한 중생
들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특히 천계를 상징하는 3층 외벽에는 부탄왕국
에서 주로 신봉되는 유일한 종파인 둑빠-까규
(Drukpa Kagyu)와 창건주인 탕동겔뽀의 종파인 샹
빠-까규빠(Shangpa Kagyu) 특유의 딴트릭 밀교의
비의적秘意的인 오신만다라五身曼茶羅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커다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또한 내벽에는 설역 고원에 불교를 화려하게
꽃피게 만든 까규종빠(Kagyue school)의 3대 종
사진 6. 둠쩨그 사원의 지붕
빗물을 내리받게 설 조宗祖들인 마르빠(Marpa) - 밀라래빠(Milarepa) -
계된 낙수물통.
감포빠(Gampopa)와 84명의 성취자들이 화려하게
몸을 나투고 있었다. 특히 뭇 수행자들의 표상으로 알려진 밀라래빠의 특
유한 소상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팔을 귀에 대고 있는 모양새의 그의 독특한 도상들을 수없이 보아왔던
필자의 눈에도 이 목부조木浮彫 위에 화려하게 색칠한 모습은 마치 성인께
서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의 명작이었다. 가이드의 재
촉에 정신이 들어 등 떠밀려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이내 한 장의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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