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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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을  때
             참된 삶을 살아야
             지  못된  짓을  하

             고  죽기  전에  참

             회하여 봤자 지옥
             이외에  어디에도
                                사진 8. 명부전.
             갈  곳이  없으리
             라. 명부전은 30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그 형태가 영주 부석사浮石寺의

             조사전이나 안동 봉정사鳳停寺의 극락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단순하
             고 고졸한 모습에 높은 격조가 느껴진다.
               고운사의 경우에는 계곡을 따라 남북 양쪽의 산기슭으로 북원北院 구역

             과 남원南院 구역으로 나누어져 전각들이 세워지고 없어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1980년대에 가운루 뒤쪽 계곡을 모두 메워 평지로 만들었기 때
             문에 지금은 양쪽 구역이 연결되어 옛 풍광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과거 남원구역에는 가장 안쪽에 있는 삼성각으로부터 바깥으로 나오며

             적묵당寂黙堂, 아거각我渠閣, 약사전, 대웅보전大雄寶殿이 서 있다. 아거각

             은 원래는 서산대사와 승려들의 진영을 봉안했던 영각影閣이었는데, 고승
             들의 진영은 따로 보관하고 있고 현재는 승려의 처소로 사용되고 있다. 요
             즘은 현판, 주련, 고승의 진영, 당우의 문짝, 하물며 석탑, 수조 등 뭐든지

             가리지 않고 훔쳐 가고 있으니 영각에 놔둘 수가 없다.

               묘향산 원적암에 주석하던 서산대사는 입적하기 전에 자신의 진영眞
             影을 보고는 ‘팔십년전거시아八十年前渠是我 팔십년후아시거八十年後我是渠’
             라고 영찬影讚을 지었는데, 여기서 글자를 따와 영각의 이름을 아거각이라

             고 지었다. ‘팔십년 전에는 그대가 나였는데, 팔십년 후에는 내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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