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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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대웅보전.


             모시고 극락전의 현판이 걸려 있다든가, 비로자나불상이 봉안된 전각에 대

             웅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경우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것들이 많이 정
             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도 남아 있다.
               대웅보전의 현판과 주련은 나의 외우畏友 율산栗山 리홍재李洪宰(1957〜)

             선생이 썼다. 20대부터 서실을 열어 일찍부터 한국 서예계의 기린아麒麟

             兒로 주목을 받은 율산 선생이 한참 서법을 탐구할 때 쓴 글씨로 강건하고
             멋이 있다. 우리나라의 사찰에는 전각에 현판을 걸고 기둥에 영련楹聯을 걸
             었는데, 중국과 그에서 영향을 받은 일본에서는 기둥을 단청이나 조각으로

             장식하거나 중요한 진언이나 핵심 법어를 새긴 것을 몇 개의 기둥에만 걸

             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경의 구절이나 시구 등을 기둥마다 새겨
             걸었는데, 이는 유가儒家 건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궁궐이나 사
             대부의 사가私家나 별장, 누정樓亭 등의 건물에는 유가의 문헌에 나오는 중

             요 구절이나 시구 등을 새긴 목판을 기둥의 수에 맞추어 새겨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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