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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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그때는 불교책은 번역본이 별로 없어서 읽지를 못했습니다.
           우리집의 큰형님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서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같
          이 살지 않았고, 형님 부부는 기독교로 형수가 전도사였습니다. 시동생이

          종교 성향이 많은 것을 알고 고등학교 다닐 때 신학대학교에 보내려고 형

          수가 무척 노력하였습니다. 형수의 성화에 못 이겨 심령부흥회에 두 번 참
          석했는데, 부흥회의 분위기가 고조되니 사람들이 울고불고 방언을 하고 뛰
          고 하는 등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5살 꼬마 때부터 사찰의 풍경소리, 목탁

          소리, 조용한 분위기에 물들은 소납에게는 거부 반응이 와서 형수한테 앞

          으로는 부흥회에 다시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과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
          하니 성경책을 구해주면 읽겠다고 하자 성경책을 선물해서 고등학교 때부
          터 시작하여 7년에 걸쳐 구약과 신약을 전부 읽었습니다. 큰형님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형수는 살아계시는데, 시동생을 신부로 못 만든 것에 대

          하여 아직도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절은 좋아했지만 출가를 하려고 생각은 안 하고 재가불자로 열
          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친 후

          사회로 진출하자 뜻이 맞는 친구들과 생활력을 기른다고 공사판에 가서 막

          노동도 4개월간 해 보고, 5일장을 다니며 행상도 8개월간 해 보고, 그 이
          후는 주로 회사에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때 건강과 정신수련을 위해 태권
          도 도장에 다녔는데 사회에 진출하여서는 합기도 도장에 몇 년간 다닐 때

          동네에 있는 금강사 절에 사는 젊은 스님들이 두 분 나왔는데 아주 운동을

          잘했고 비슷한 또래라 금방 친해져서 서로 왕래도 하고, 식사도 하고, 차
          도 마셨습니다. 이때 스님들로부터 좌선의 기본자세인 수식관을 배워서 시
          간이 날 땐 10~30분씩 수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서나 일의 삼매보단

          다른 정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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