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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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가 작은 주전자에 따뜻한 구기자차를 갖다 주어서 마셨습니다. 3000
             배는 속인 때 서울 도선사에서 해 본 이후로 두 번째 경험하는 것이었습니
             다. 다음날부터 공양간에 가서 공양주 갱두 찌게 간상 보조를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원주스님이 속복을 벗기고 삭발을 시키라고 명령을 내려서

             해인사에 입산한 지 일주일 만에 머리를 깎고 행자복을 입었습니다. 다음
             날 행자실에서 새로 온 행자인 나를 포함해 2명이 입방식을 하는데 저녁 6
             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신고식을 했습니다. 신 행자, 김 행자 둘이서

             해인사 행자실에 입방을 허락받기 위해 선배 행자님들께 신고식을 합니다

             라고 큰소리로 복창한 후 행자실 문을 여니 20명이 넘는 행자들이 좌우로
             좌정해 앉았는데 살기가 등등했습니다.
               입구에서 완전 90도로 합장하여 반절을 한 후 행자반장 앞까지 가서 삼

             배를 올리는데 군대에 가면 위장침투할 때 하는 정숙보행으로 걸어야 했

             습니다. 20명의 행자들이 “처음부터 다시!” 하면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신고식을 하는 2시간 동안 수없이 반복한 후 신고식을 마치니 옷이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내 평생에 그렇게 혹독한 신고식은 처음 경험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국을 끓이는 갱두羹頭 소임을, 그 후 찌개를 끓이는 찌개장,

             대중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수 있도록 상床을 차리는 간상看床 소임을 본
             후 밥을 짓는 공양주 소임을 맡고 싶어 원력을 세웠는데 승가대학의 치문
             반에서 공부를 하는 스님들이 대중스님들을 위해 복을 지어 보겠다고 계

             속 자청을 했기 때문에 공양주 보조만 했지 직접 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10분 안에 잠들던 행자생활과 백련암과 인연



               행자를 할 때 결제 때는 해인사승가대학과 선원스님이 150명 정도였고, 당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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