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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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해인사도 참배하며 사찰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
하던 아버지와 이모님의 타계, 고등학교 때 나에게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
련할 것과 어렵지만 차원을 높여 철학책을 읽을 것을 권유하여 독서의 패
턴을 바꾸어 주었던 나의 멘토였던 충청도 홍성 출신의 절친했던 친구 최
명세의 연탄가스 사고사, 이어서 고향친구 두 명이 사고사로 일찍 요절했
던 사건들을 접하면서 감수성이 예민했던 소납은 안타깝고 허무한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백년도 못 사는 인생 자체에 대한 회
의가 들기 시작했고, 그럴 때 그나마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주는 것이 불경
책을 읽는 것과 도인스님들의 법문이었습니다.
속가집은 동네에선 부유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친구들도 많았으며 사귀
던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불교를 접한 이후로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나
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30세가 되기 전에 출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습니다. 그때는 적령기라 가족들과 주위의 성화로 선
도 두 번 봤는데 여자 쪽에선 좋다 했지만 거절하고 스물여덟이 되던 하반
기에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범어사 청련암으로 출가를 하였습니다. 회
사에 다닐 때 부산으로 출장을 가면 시간을 내어 범어사를 참배했는데 금
강암과 청련암에 자주 갔었습니다. 50년이 가까운 일이지만 금강암에는
지금 범어사 방장이신 정여스님이 계셨고, 청련암에는 양익스님이 계셨습
니다. 두 분스님께선 인생 상담도 잘해 주시고 참 인자하셨으며, 밤이 늦
어지면 꼭 쉬고 가도록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청련암에서 수련하다 해인사로 출가
양익스님께선 선禪과 무술武術이 결합된 금강령관金剛靈觀이라는 독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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