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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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추가·삭제 등이 반영된 결과로서 일자일구一字一句 고스란히 붓다의
          육성 법문이나 대화가 아니다. 지금도 금방 마친 강의 내용을 수강생들에
          게 기억으로 복기해 적어보라고 하면 강의 내용과 상응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내용을 허다하게 확인하게 된다.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의 만남은 상응

          과 불상응, 겹침과 어긋남이 자아내는 교향곡이다.
           그렇다고 해서 ‘니까야·아함은 붓다 입멸 직후 결집된 내용의 암송이
          기록된 것이다’라는 전통설의 근거가 부정되어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니

          까야·아함에는 다양한 전승자·전승집단들의 편집·변형·추가·삭제 등

          이 반영되어 있고, 더 오랜 기록물의 단편들도 있다’라는 것과, ‘니까야·아
          함은 붓다 입멸 직후 결집된 내용의 암송이 기록된 것이다’라는 것은 다른 문
          제이기 때문이다. 암송 및 기록 과정에서 편집·변형·추가·삭제 등이 있

          었고, 따라서 현존 니까야·아함의 내용이 고스란히 붓다의 육성 법문이나

          대화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헌학적 근거와 추정
          들이 ‘붓다 입멸 직후 결집되어 암송으로 전승된 내용을 근간으로 삼아 니까
          야·아함이 성립되었을 가능성’마저 부정하지는 못한다.

           강한 회의설은 ‘니까야·아함 속에서 붓다 법설의 원형을 발굴할 수 있

          다’라는 입장을 ‘문헌학 성과를 외면하는 개인적 신념’으로 폄훼한다. 그들
          은 빨리어 대장경이나 상좌부 전통에 관한 문헌학·역사학·종교학적 연
          구결과를 근거로 삼아 ‘니까야·아함에서는 붓다의 육성을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붓다 법설의 원형은 사실상 확인할 수가 없다’라는 회의설이 최

          신 학문적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러한 회의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헌학적 성과들이 지닐 수 있는 의미를 너무 확장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록 다양한 전승자·전승집단에 따른 내용상의 차이, 편집이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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