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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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하면 귓바퀴에 들어가는 신축자재한 보물이었다. 그야말로 뜻과 같
이 되는[如意] 몽둥이[棒]였다. 여의봉을 얻은 손오공은 용왕의 형제들에게
투구와 갑옷에 신발까지 얻어 완전한 모습으로 개선한다. 손오공은 자아
의 무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네 명의 부하들을 장군으로 삼고 천하의 여섯
마왕들과 회동하여 칠형제 모임을 만들어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손오공이 마음에 대한 비유이지만, 그가 찾아낸 여의봉 역시 마음에 대
한 또 하나의 비유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손오공은 마음[心]의 상징이고,
여의봉은 뜻[意]의 상징이다. 마음(원숭이)이 뜻(여의봉)을 부리는 왕이기 때
문이다. 이 여의봉이 뜻과 같이 된다[如意]는 ‘뜻’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자아의 뜻과 같이 된다는 뜻이다. 자아의 뜻은 온갖 욕망과 찌꺼기
감정의 총화이다. 자아는 이를 통해 배타적인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이때
그 주인은 마왕이 되고 여의봉은 천하의 재앙이 된다.
둘째는 자아를 벗어난 큰마음과 같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의 뜻은 진여
그 자체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 공자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먹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 경우 여의봉은 전 우주를 평등하게 장엄하는
법륜法輪이 된다.
애석하지만 손오공은 지금 자아의 뜻과 같이 여의봉을 휘두르는 중이
다. 자아가 있으니 사라진 것처럼 위장했던 집착들이 다시 일어난다. 손오
공이 여의봉을 얻고 나서 투구에 갑옷에 신발까지 내놓으라 하는 일들이
그 일환이다. 또한 육체에 기생하고 있던 여섯 도적이 다시 왕위에 오른다.
소 마왕, 교룡 마왕, 붕새 마왕, 사자 왕, 원숭이 왕, 털 원숭이 왕이 그들
이다. 여섯 도적은 눈, 귀, 코, 혀, 몸의 다섯 감각기관과 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에 손오공까지 더하면 일곱이 된다. 육욕칠정의 발현이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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