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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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데 진여의 차원에서 보면 생과 사는 하나의 큰 꿈이다. 장자가
          설파했던 것처럼 지금의 이 삶은 나비가 꾸는 꿈이다. 도대체 그 꿈은
          몇 겹으로 허망한가? 꿈 속의 꿈, 또 그 꿈 속의 꿈이다. 손오공은 이

          꿈 속의 꿈 속에서 저승에 끌려간 일에 상관한다. 분노하고, 휘두르고,

          주관한다.


              이 손어르신은 삼계를 벗어나 있고, 오행에 묶이지 않아 이미 그

              지배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나를 끌고 왔단

              말이냐?


           영생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를 위해 영약을 제조

          하고, 육체를 단련하고, 오행을 초월하는 기술이 연구되었다. 바른길만 찾

          는다면 지복과 영생을 약속하는 신선세계나 천상세계의 삶에 진입할 수 있
          다고 믿었다. 여기에서 오행에 묶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물질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뜻이고, 삼계를 초월했다는 것은 생멸윤회를 벗어났다는 뜻이

          다. 그것은 자아의 영속을 바라는 대표적 번뇌에 해당한다.

           손오공은 무상, 고, 무아의 3법인에 대해 정면 도전하고 있다. 뜻과 같
          이 되는 것이 없는 일체개고一切皆苦의 현장에서 뜻대로 되는 여의봉을 휘
          두른다. 필연적 소멸을 예정하고 있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존재임에도 생

          사부를 지워 영생을 기약한다. 이제 손오공은 하늘과 견주는 위대한 성인

          [齊天大聖]으로 자칭하며 천상을 쑥대밭으로 만들 판이다. 제법무아諸法無
          我의 이치에 도전하는 이 하늘 전쟁의 사연은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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