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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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도에서 그친
             다. 공격이든 방어
             이든,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든

             무리 지어 대응하
             는  것이든,  자기
             보존을 위한 이로

             움을 취하는 정도

             에서  머문다.  ‘멈
             춤의 생태적 건강’
             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언어는 축복이자 재앙이다(AI로 생성한 이미지).
               인간도 어느 시
             점까지는 이 멈춤의 생태적 건강을 유지했을 것이다. 방어와 공격, 수용과
             거부, 포섭과 배제, 소유와 나눔, 공동체적 결속과 집단 이익의 추구 등이,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 이익을 필요한 만큼 확보하는 데서 그치는 단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 능력을 분기점으로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단지 생존에 필요한 신호 수준을 곧 넘어선다. 차이들
             에 명칭을 붙여 정교하게 구분하고, 언어적 개념을 통해 비교·판단·평
             가·이해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

             았다. 그 후 인간은 더 이상 ‘멈춤의 생태적 건강’을 간직할 수 없었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단독으로 발생하거나 존립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다른 조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발생·유지·소멸’한
             다. 이것이 세계의 ‘사실 그대로’이다. 그런데 인간의 언어는 ‘관계 속에 변

             화하는 존재·현상’을 ‘독자적이고 불변하는 동일의 존재·현상’으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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