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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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진화, 그 궁극 향상의 전망도 언어로 인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중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붓다 선법禪法의 핵심인 ‘괄호치고 빠져나와 접속하는
          능력’도 ‘언어의 괄호치기 면모’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붓다가 일러준 해

          탈·열반의 길은 ‘언어인간’이기에 제대로 걸을 수 있다. 불성佛性이니 여

          래장如來藏이니 하는 중생 인간의 본래적 가능성은 언어인간의 잠재적 가
          능성이기도 하다. 언어의 재앙은 언어 능력의 향상 진화로 극복해야 한다.
          ‘수승한 언어인간으로의 진화’가 인간 진화의 마지막 과제다.

           <모든 언어는 그 내용을 발생시키는 조건들을 포착하여 그 조건들과 연

          관시켜 이해해야 한다>라는 것과 <모든 언어의 지시 내용은 동사적·관계
          적 사태로 읽어야 한다>라는 두 가지 원칙은, 언어인간의 궁극 진화를 위
          해 갖추어야 할 핵심 조건이다. 앞으로 열반의 문제를 비롯하여 불교의 주

          요 개념과 주제들을 음미해 가는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원칙의 적용이 왜 중

          요한지 소견을 밝혀 보겠다.
           불교 전반의 탐구뿐 아니라 정학定學의 선禪 수행을 탐구할 때는 특히
          ‘이해’나 ‘사유’라는 말을 연기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사유라

          는 말을 연기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이해·사유·언어·이론은 모두 분

          별 망상의 넝쿨이다>라는 무지의 덫에 걸린다. 그 덫에 걸리면, 지혜 성취
          와 선 수행에 필수적인 지적 성찰과 이해가 ‘무조건’ 장애물로 취급된다.
          기껏해야 ‘예비 단계의 수단이나 방편’으로 대접받는다. 그런 풍토에서는

          선 수행 현장이 신비주의와 기법 만능주의가 횡행하는 ‘지성 결핍의 황무

          지’가 되어 버리고, 그에 대한 반발인 ‘이해 지상주의’의 온상이 된다. 언어
          음미의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하면 <선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답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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