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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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를 드러내는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축복




               어제 만난 타인을 오늘 다시 만났다. 그런데 다른 옷을 입고 신발도 바
             꾸어 키를 높였으며 머리도 염색했고 말투도 바뀌었다. 눈과 귀가 접수하는
             정보로만 인지한다면, ‘어제 만났던 타인’과 ‘오늘 만나는 타인’이 같은 사람

             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요소에 적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얼굴과 신체의 전

             반적 특징 등 어제와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종합하여 ‘같은 사
             람’이라 판단했지만 개운치 않다.
               어린아이 때 보고 어른이 된 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쌍둥이라면 또

             어떨까? 모든 외형적 특징이나 음성까지도 거의 똑같지만 어제 만난 사람

             은 동생이고 오늘 만난 사람은 형이라면? 안면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어 버
             리는 경우는 또 어떨까? 인간은 묘수를 쓴다. 한 사람마다 이름을 붙여버
             린다. 그리하여 눈이나 귀, 감촉으로만 접수하는 정보의 불안정성을 일거

             에 해결한다.

               개인은 ‘타인과 구분되는 특징적 차이를 형성하고 있는 인과적 통합성’
             이다. 개인이 보여주는 특징적 차이는, ‘신체나 정신 영역에 속하는 다양
             한 현상들’(다수)이 ‘혼종적混種的·유기적 인과관계’(관계)를 맺으면서 ‘역동

             적으로 변하는 과정’(변화)에서 발현되는 통합적 현상이다. ‘다수’가 ‘관계’

             속에서 ‘변화’하면서 일정한 통합성을 보여주는 것. - 그것이 개인의 실제
             내용물이다.
               ‘다수의 혼종混種·관계·변화 속에서 역동적으로 발현되는 통합적 유

             사성’은 한시적이고 잠정적이다. 개인의 특징이 한시적이라는 것은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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