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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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 즉 ‘개체화 현상’을 끝없이 역동적으로 펼친다. 그래서 세계는 ‘호
             혜互惠로 이루어지는 차이들의 역동적 그물망’이다.
               명칭 붙여진 개인·가족·민족·국가·종교·인종. – 그들의 판단과

             욕구, 논리와 감정 및 행동은 동일성·독자성·불변성이라는 언어 환영에

             지배된다. 또 그 환영에 수반하는 잔인한 배제의 폭력이 내면화된다. 순
             수·절대의 선善/정의正義, 순수·절대의 악/불의를 대쪽처럼 갈라놓고,
             자기(들) 동일성의 독점적 승리를 향해 차이들의 섬멸을 외치면서 돌진한

             다. ‘더 나은 관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변화’를 쌍방 모두 원천에서 거

             부한다. 그렇게 그들은 ‘차이들과의 동거 능력’을 망각한다. ‘자기(들)의 동
             일성·독자성·불변성’을 위해 ‘타자(들)의 동일성·독자성·불변성’을 소
             유하거나 지배 내지 삭제하려 든다. 차이들에 대한 정복적 소유욕과 차별

             적 폭력성이 논리를 갖추어 당당하게 활개친다.

               언어인간이 수립한 문화와 문명의 화려함은 생태적 괴물의 얼굴을 감추
             고 있다. ‘다수·혼종·관계·변화의 사실 그대로’를 ‘단수·동일·독자·
             불변의 허구’로 왜곡하는 무지의 야만이다. 동일성 무지가 제공하는 논리

             로 배제나 정복을 당당하게 펼치는 폭력의 야만이다. 언어에서 비롯하는

             동일성 환각을 깨트리지 않는 한, 이 야만의 괴물은 무한히 변신한다. 인
             간의 언어 능력에 드리운 치명적 재앙의 그늘이다.



                다시 언어의 축복과 해탈·열반



               언어의 축복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이 점이 중요하다. 기술적 문
             제 해결력뿐만 아니라, 무지와 야만을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해 가는 성찰

             지성의 광휘도 언어 때문에 가능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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