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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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의 일관성을 위협한다. 그러나 개인에게 이름을 붙이면 이 문제가 해결
          된다. 아무리 신체적·정신적 내용이 바뀌어도 ‘박한국’은 계속 ‘박한국’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인간관계 형성, 문제 해결, 사회적 활동이 혼란 없이 일

          관되게 가능해진다. 명칭은 개인들에 대한 비교와 판단, 이해와 평가 및 예

          측, 관계 수립과 변경 등이 질서 있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사물에 대한 명칭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신적 사물이건 물질적 사물
          이건 간에, 명칭은 그들에 대한 구별·비교·판단·평가·분석·이해·

          예측을 일관성 있고 효율적·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그리하여 끊임

          없이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잘 풀어 인간의 환경 적응과 대응력을 고
          도화시킨다. 게다가 개인과 사물에 명칭을 부여하여 특징이나 차이들을 선
          명하고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은, ‘기억의 장기 보존’과 ‘기억 소환의 정

          확성’을 높여주며 체계적인 ‘미래 예측 능력’을 가능케 한다. 인간 특유의

          이해와 기억 능력 및 과거 소환 능력, 미래 예측 능력은 모두 명칭을 부여
          하고 관리하는 언어 능력 때문에 발현된 것이다. 인간의 고도화된 문제 해
          결력은 언어 능력의 선물이고 축복이다.




            언어의 재앙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보존을 위해 끝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상 및

          환경 차이들과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생존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대응

          방식은 크게 긍정형과 부정형으로 구분되지만, 모두 ‘자기 보존의 이로움’
          을 기준으로 삼는다. 수용이나 긍정 반응도 그래야 이롭기 때문이고, 회피
          나 거부 및 부정 반응도 이로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인간 이외의 생

          명체들이 보여주는 ‘차이들에 대한 긍정·부정 반응’은 자기 보존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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