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P. 100
사진 3. 각국 언어로 번역 출판된 『바르도 퇴돌』. 왼쪽부터 영어판(칼융 해설본), 이탈리어판, 불어판, 한국어판.
실제로 필자가 이번 달 원고를 쓰기 위해 구글을 뒤져보니 실로 막대
한 자료와 이미지가 끝없이 튀어나왔다. 티베트어본과 한국어본을 제외
하고라도 다양한 언어본(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일본어)으로 된
수백 수천 가지 버전이 무한대의 공간에 널려 있었다. 예를 들면 읽기 용
도의 종이책은 이미 고전이 되어 가고 보기용과 듣기용의 상품성 짙은
것들도 넘쳐나고 있었다. 이는 필자가 티베트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정말
어려웠던 티베트학의 초창기를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였다.
이와 같은 현재 상황을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다. 아무튼 이 문
헌은 기존의 종교와 학문이 기피해 왔던 죽음 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
룬 최초의 이질적인 정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
어 심리학, 유식학惟識學의 깊숙한 내부까지 들어가 그 누구도 가보지 못
했던 죽음 너머 미지의 세계를 단계적으로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는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대명제로
귀결되고 있기에 그간 모든 종교로부터 고의적으로 죽음에 대한 정보를
차단당해 왔던 현대인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하였다.
98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