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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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로부터 매년 봄가을의 음력 2월과 8월에 각 종파의 승려들

               을 모아서 『대반야경大般若經』을 염송하게 하고, 나발螺鉢을 울리고
               번幡과 개蓋를 늘어세우며, 향불을 든 자가 앞에서 인도하여 길거

               리를 돌아다니면서 질병과 재액을 물리치게 한다. 이때 2품 이상의
               관원이 명령을 받아 향불을 피우고, 감찰이 이를 살피며, 모두 걸

               어서 따라다닌다. 이를 경행經行이라 불렀는데, 이때에 와서 임금의
               특명으로 폐지하였다. - 『세종실록』 4년, 1422년 2월 19일.



            세종이 도성 내의 경행을 폐지하도록 명령한 것은 상왕(태종)의 허락을

          받고 시행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세종의 직접적인 배불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상왕이 사망한 이후 세종이 내린 본격적인 배불정책

          은 1424년(세종 6)부터 시행된다.



               임금이 명하기를, “서울 외에 있는 각 종파의 사찰에는 거처하는 승
               려 수를 정하고, 사찰 전지의 조세 수취권을 혁파하여 국가에 귀

               속시키고, 그 외 유명무실한 각 관청의자복사資福寺는 모두 혁파하

               라.”고 하였다. - 『세종실록』 6년, 1424년 3월 13일.


            세종은 각 종파의 사찰 내에 거처하는 승려 수를 제한하고 또 조세

          수취권을 혁파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각 관청에서 운영하는 자복사를 없

          애라고 하였다. 이러한 세종의 명령을 검토한 예조에서는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나서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



               예조에서 임금께 아뢰었다. “불교의 도는 선禪과 교敎 양종兩宗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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