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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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중요 사상
화엄 사상의 핵심은 ‘법계연기法界緣起(dharmadhātu-pratītyasamutpāda)’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법계’라고 하는 것은 법조계 같은 사법기관과 관
계되는 말이 아닙니다. 이 말은 ‘다르마’와 ‘다투’의 합성어인데, ‘다르마’는
불교의 존재론적 논의에서 ‘존재’ 혹은 ‘기본 요소’를 뜻하고 ‘다투’는 영역
領域 혹은 바탕이라는 뜻입니다. 다르마 다투를 간단히 법계라고 하지만
우리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하면 ‘존재의 바탕’ 혹은 ‘우주의 총체’나 ‘궁
극실재’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총제적 우주의 밑바탕에서 작용
하고 있는 기본 원리가 바로 연기緣起라고 합니다.
연기란 모든 사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 줍니다. 불교 초기에
는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다.” 혹은 “이것이 생김으로 저것이 생긴
다.”고 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사물이나 사건의 ‘시간적’ 연속성에 중점
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화엄에서 말하는 연기란 시간적 연계성이라기보
다 지금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일체의 사물이 있는 그대로 다른 모든 것
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화엄에서 말하는 ‘법계연기’란 결국 우주
전체에 있는 모든 사물이 지금 여기에서
상호의존相互依存, 상호연관相互聯關의 관계
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을 주장하는 가
르침인 셈입니다.
화엄의 조사들이 여러 가지로 법계연기
를 설명했는데, 그중 가장 간결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제4조 징관의 사진 4. 청량징관淸凉澄觀(737~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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