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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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종법계四種法界’ 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징관은 법계를 네 가지로 구

          분하여, 사법계事法界, 이법계理法界,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사사무애
          법계事事無礙法界로 나누고 있습니다. 사법계란 우리의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세계를 말하고, 이법계란 감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실재의 세계
          를 말하고, 이사무애법계란 감지할 수 있는 현상세계와 감지할 수 없는

          현상 너머의 세계, 이 둘이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둘 사이에 아무런 장애
          가 없이 상통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사무애법계는 사법계와 이법계

          사이에만 그런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계와 사법계의 모든 사
          물도 서로 거침이 없이 연결되어 결국은 하나라는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법계의 모든 것이 서로 상즉相卽, 상입相入의 관계라는 것입
          니다. 이를 『화엄경』에서는 ‘인드라 망網’이라는 무한히 넓은 그물코 하나

          하나에 보배 구슬이 달려 거기서 나오는 빛이 서로의 모양을 감싸 안기
          도 하고 감싸이기도 한다는 비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상이

          『법성게』에서 “하나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들어
          있고,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여럿이 곧 하나로서, 하나의 작은 티끌 속

          에 전 우주가 들어가 있다(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라

          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집’은 문, 창문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
          라서 문, 창문 등이 없으면 집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집

          이라는 말속에는 문, 창문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문, 창문, 등도 집

          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문, 창문 속에도 집이라는 것이 들어가 있
          습니다. 또 문이 없으면 집도 없고 집이 없으면 창문도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창문 속에도 문이 들어있고 문 속에도 창문이 들어 있다는 것입
          니다. 집과 문이나 창문과의 관계는 이사무애라 할 수 있고, 문과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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