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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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의 관계는 사사무애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종이를 예로 들면 종이가 있기 위해서는 나무가 있어야
             하고 나무가 있기 위해서는 비가 있어야 하고 비가 있으려면 구름이 있

             어야 하고, 그 외에 햇빛, 공기, 땅, 종이 만드는 사람, 종이 만드는 사람
             의 조상이 있어야 하고, 그들이 먹을 쌀을 생산하는 농부가 있어야 하고

             그들이 농사짓는 데 필요한 연장이 있어야 하고 연장이 있으려면 쇠붙이
             가 있어야 하고, 쇠붙이가 있으려면 광산과 광부가 있어야 하고… 이렇게

             무한정 뻗어나갑니다. 이것이 종이 한 장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로
             서, 불교 용어로 하면 ‘일미진중함시방’이라는 것입니다.



                화엄적 사유?



                기독교 성경 『마태복음』 25장 35절 이하에 보면 최후 심판 장면이 나

             오는데, 거기 임금이 의인들을 향해 “너희는 내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로 있을 때 영접하였고,

             헐벗을 때 입을 것을 주었고,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찾아와 주었다.”고 했

             습니다. 자기들이 언제 그런 일을 했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임금은 의
             인들을 향해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고 합니다. 물론 이 구절을 윤리

             적 차원에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화엄적으로도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보게 됩니다. 너, 나, 형제자매들의 구별이 없이 하나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한복음』 14장 20절 등에

             보면 예수님은 계속하여 아버지와 자신과 제자들이 모두 ‘하나’임을 강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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