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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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되리라고 믿지만,진리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어찌 이익
            만 없겠습니까?실로 엄청난 피해까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월당(月堂:1089~1171)스님은,‘한낮에 오이밭에 물
            을 주어서 도리어 오이덩굴을 죽이는 격이다’라고 비유하시기도
            했고,석실(石室:1293~1389)스님의,‘겨드랑이를 부비고 신선

            이 되려고 깃털을 꽂는 격이다’라는 나무람이 승가(僧伽)의 속담
            으로 전하고 있습니다.도대체 무엇이 되려고 스스로 뉘우치지

            않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옛날 운문(雲門)스님은 목주(睦州)
            땅의 도명(道明)스님으로부터 법(法)을 얻었습니다.그런데 도명
            스님은 운문스님을 끝내 설봉(雪峯)스님의 법을 계승하게 했습

            니다.그래서 총림에서는 지금까지도 그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습니다.또 자수(慈受)스님은 장산(蔣山)땅에서 불감(佛鑑:

            1059~1117)스님을 친견했는데 집안에서 기이한 만남이라 하여
            그 법사(法嗣)를 바꾸려 하자,불감스님은 끝내 그것을 거절했습
            니다.총림에서는 이것을 매우 아름다운 일로 돌리고 있습니다.

               나의 도가 다른 사람에게 널리 전파되지 못할까를 염려할 뿐,
            법사(法嗣)가 바뀐다고 해서 무슨 흔들림이 있었겠습니까?비유
            하면 동쪽에 있는 집의 등불을 붙여다가 서쪽에 있는 등불에 점

            화하는 것과도 같습니다.오직 어둠을 타파하여 밝게 하는 것만
            이 최고의 미덕일 뿐입니다.어찌 나의 등불이 흘러 들어온 유

            래에 대해서 상대방이 잘 모른다고 속 좁게 그것을 따지겠습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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