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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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方便三昧)의 지력(智力)에서 나온 것입니다.어찌 일찍이
그 사이에 정해진 의도가 있었겠습니까?그러나 일찍이 정해진
의도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요컨대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지(止)로써 산란을 그친다 하나 산란하는 까닭을 모르겠
으며,관(觀)으로써 혼침을 관찰한다고 하나 혼침하는 원인을 모
르겠습니다.가령 중단될 수 있는 산란이라면 마음 밖에 법이
있게 되며,관할 만한 혼침이라면 법 밖에 마음이 있게 됩니다.
이른바 산란이란 공적한 영원(靈源)을 말미암지 않고는 스스로
발생하지 못하며,혼침도 원담(圓湛)한 진체(眞體)가 아니라면
무엇을 말미암아 스스로 일어나겠습니까?
또 공적하고도 신령스런 근원자리는 동․정이 다르지 않은데
원만하고 담적한 진체인들 명․암이 어찌 다르겠습니까?가령
지(止)가 동․정이 끊어진 근원에 나타난다 해도 한 줌의 흙을
수미산에 보태는 것과 같으며,관(觀)을 명․암을 떠난 본체에
더한다 해도 작은 등불로 양곡(暘谷)을 비추는 것과 같을 것입
니다.
또 한결같고 진실하고 지극한 본체를 확연히 밝힌다면 만법
의 허깨비 명칭은 자연히 풀립니다.지금의 이 생각을 떠나지
못했는데 수행의 계단이나 사다리가 어찌 필요하겠습니까?
지․관을 혼침․산란한 장소에서 융합하며,정․혜를 생멸이
일어나는 때에도 완전하게 해야 합니다.그리하여 모든 파도 속
에서 맑은 물을 관찰한다면 청․탁을 누구라서 구분하겠으며,5
색(五色)속에서 둥근 구슬을 본다면 염․정에 미혹할 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