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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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09


            모름지기 한 생각이 싹트기 이전에 주관․객관의 대립을 뽑아
            버리고,마음이 요동하기 전에 인(人)․아(我)의 견해를 비워 버

            리고,생각생각에 무명을 타파하고 망상을 떠나며 반연을 끊고
            견문각지를 없애 버려야 한다.이렇게 뜻을 분연히 일으켜 마치
            금강왕보검을 높은 누각에서 허리에 비껴 차고 있다가 물건을

            만나는 대로 바로 베어 버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종일토록 치
            열하게 끊임없이 하여 그렇게 하길 오래오래 하면 마음과 바깥

            경계가 공적하고,인(人)․법(法)이 비고,의식이 소멸하고 기량
            (伎倆)이 다하여 손안의 칼자루까지도 일시에 놓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중생의 마음을 떠나서

            는 반야도 없는데 지혜는 어디에 의지할 것이며,반야를 떠나서
            는 중생의 마음이 없는데 어디에 반연을 하겠는가.즉 중생심은

            반야가 아니나,푸른색이 쪽빛에서 나오는 것과 같으며,반야는
            중생심이 아니나 얼음이 물에서 나오는 것과 같으니,바로 중생
            심이고 바로 반야여서 확연하게 원명(圓明)하며,한편 반야도 아

            니고 중생심도 아니어서 전혀 의탁할 곳도 없다.그런 뒤에는
            한 티끌만 움직여도 만법이 나타나며,한 사념을 움직여도 만법
            이 나타나며,한 사념을 거두면 십허(十虛)가 무너져 권서(卷舒)

            와 여탈(與奪)을 마음대로 종횡으로 하며,생사거래의 법에서도
            자유롭게 된다.그러나 비록 일이 이와 같더라도 조사의 문하와

            본분납승의 면전에서는 어떠한 말도 남겨 둘 수 없으리라.기이
            하다.이 도가 어찌 옛 사람에게만 있고 나에게만 유독 없겠는
            가?총림이 날로 쇠잔해지고 세월은 자꾸 흐르니 노력하여 부지

            런히 참구하라.결코 서로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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