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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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겠다.가령 반야에 반연이 불가능하다면 중생이 성불(成佛)한
            다는 이치도 옳지 않으리라.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중생은 허망에 미혹하고 생사에 떨어져 세간에 오염되어 떠돌고
            있다.알음알이가 불길처럼 솟아오르고 선악을 분별하는 것 모
            두가 변계소집성(徧計所執性)으로 이루어진 것이며,비록 좀 아

            는 게 있다 해도 희론을 이룰 뿐이다.멀리는 많은 겁을 보냈고
            가까이는 금생에 이르기까지 계속 미혹하여 한 번도 쉬어 보질

            못했다.
               반야는 언어를 떠났고 문자를 떠났으며,심식(心識)을 떠났고
            사유를 떠났다.나아가 견문각지와 갖가지 분별지를 떠났다.이

            렇게 갖가지로 떠났기 때문에 떠남[能離]과 떠날 것[所離]까지도
            다 떠났다.바로 이렇게 되어야지만 반야의 본체를 마주보아 성

            취할 수 있다.
               이른바 반연할 수 없다는 것은 진(眞)과 망(妄)이 각각 대립
            되어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비유하면 명(明)과 암

            (暗)의 두 본체가 서로 합치하여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과도 같
            다.신통변화가 있다 해도 이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비록 법
            에는 다른 모양이 없어서 사념을 요동했다 하면 그릇되며,이치

            는 모든 길이 끊겨서 마음을 움직였다 하면 벌써 막힌다 해도
            시방세계에 두루한 것이 반야이며,온 대지가 광명의 깃발임을

            알지 못했다고 하겠다.한 티끌도 그 사이에 끼여들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다 원만청정하지만,가느다란 티끌 정도라도 알음알
            이가 남아 있으면 억만 세월이 지나도 밝히기 어렵다.

               분명하게 깨치려면 반드시 지혜의 작용에 의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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