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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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07
과 공이 둘이 아닌 중도(中道)에 안주하여,이사(理事)를 서로
머금고 홀로 해탈하여 걸림이 없기는 하지만,그래도 견해의 집
착이 존재하여 오히려 법진에 막혀 있습니다.유독 여래의 사사
무애(事事無碍)의 경계만은 거울로 거울을 비추듯,허공으로 허
공을 합치듯 합니다.훌륭한 마니구슬이 모든 색을 갖추어 빨아
들이면 한꺼번에 빨아들이고,나타나면 일제히 나타나는 것과도
같아 인위 조작을 용납하지 않습니다.그러니 어찌 인위적으로
배치할 수 있겠습니까?이것을 두고 공용(功用)이 없는 법문(法
門)이라고 합니다.만 가지나 되는 법계의 모습을 총괄하여 넷
으로 귀결하고,넷을 회합하여 하나로 귀결시키는데,공용이 없
는 가운데서 그 하나마저도 남겨둘 수 없습니다.나의 몸이 4법
계(四法界)에 있어서 이치가 이와 같습니다.빼어난 상근기는 기
미에 앞서서 알아차리지만 중․하의 부류들은 부질없이 수고하
며 오랫동안 생각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객승은 “아 그렇군요”하고 물러났다.
6.반야의 정체는 무엇인가?
태말충(太末虫)이란 벌레는 어느 곳에나 달라붙지만 불꽃 위
에는 달라붙지 못하며,중생의 마음은 곳곳에 반연할 수 있지만,
반야 위에는 반연하지 못한다.불꽃에야 원래 붙지 못하겠지만
반야는 과연 어떤 존재이기에 유독 반연하지 못하는지 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