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119

東語西話 續集 上 119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잘못에 깊이 빠져 되돌아올 줄 모르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마음이 미(迷)․오(悟)두 갈래에 빠져 스스로 미혹된 것을 알
            지 못하기 때문이다.스스로 모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깨달은
            사람이 자기와 닮지 않았다고 책망하면서 몹시 미워하기까지도

            한다.마치 게으른 사람이 죄악의 더러운 수렁에 자기 자신이
            빠져 있는 것은 모르고,도리어 도의를 극진히 하느라고 바쁜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또 자신의 사리사욕을 좇
            느라 바쁜 자가 자신이 미치고 전도된 세계에 빠져 있다는 사실
            은 모르고,도리어 마음과 뜻을 쉬어 한가한 사람을 잘못이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오직 성인의 마음만이 도의(道義)에 공정하여
            백천의 방편으로써 허망하고 잘못된 정(情)을 바로잡고,한가한

            사람․바쁜 사람 모두를 그 이치에 계합시켰다.
               아아!사람들의 정(情)이 미망(迷妄)에 빠지고 말았구나.성인
            이 ‘옳다’고 한 것은 사람들도 ‘옳다’고 한다.그러나 말뿐이고

            정작 생각은 고치지 않는다.또한 성인이 ‘잘못이다’고 한 것은
            사람들도 또한 ‘잘못이다’고 한다.비록 입으로는 ‘잘못이다’고
            하지만,정작 그 정(情)은 버리지 않는다.이러한 시시비비(是是

            非非)는 겉으로 보아서는 그럴듯하지만,진실과 견주어 보면 하
            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가 난다.세속의 잘못에 관해서는 우선

            은 덮어두고 얘기하지 말기로 하자.가령 ‘마음이 곧 부처다’라
            고 한 말은 깨달은 사람도 그렇게 말하고,알음알이로만 이해한
            사람도 그렇게 말한다.이것이 겉보기에는 비슷하다고 말하는

            까닭은 ‘마음이 곧 부처이다’고 하는 말을 두고 하는 것이다.깨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