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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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사람의 말은 밝은 거울이 물건을 비추면서도 흠이나 자취
를 남기지 않는 것과 같다.그런데 알음알이로 이해한 사람의
말은 마치 다섯 가지 색깔로 어떤 물건을 그리는데,붓을 조금
이라도 움직였다 하면 군더더기가 많아지지만 어쩌지 못하는 경
우와 같다.그런데도 배우는 사람들은 어찌 겉보기만 그럴듯한
이치를 구분해 내질 못하는가?
세상의 모든 그릇은 제각기 용량이 있게 마련이다.술잔은
술잔으로서의 크기가 있고,항아리는 항아리로서의 크기가 있는
것이다.따라서 그릇의 종류를 굳이 다 말하지 않더라도,그릇은
용량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사람의 마음
은 바로 몸의 그릇이다.그러므로 어찌 그것에 크기가 없겠는
가?성인과 범부의 마음은 하나일 뿐 둘이 아니다.그런데도 그
마음의 크기가 다른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을 이해하려면 다음의 사실을 꼭 알아야 한다.술잔도
그릇이고 항아리도 그릇이다.그릇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 다
다를 것이 없지만,크기는 소견의 밝음과 어둠을 따라서 대소가
구별된다.이것은 마치 개미는 눈을 부릅떠도 아주 조금밖에 보
지 못하고,사람 역시 아무리 애써도 몇 리 이상은 볼 수 없지
만,신통을 갖춘 성인은 대천세계를 손바닥 안의 아마륵 열매를
보듯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더구나 우리 부처님께서는 4대해
(四大海)같은 눈으로 미진찰토(微塵刹土)를 뚜렷하게 관찰하여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으신다.그래서 ‘부처님 마음의 크기는 항
사세계(恒沙世界)에 두루한다’는 찬사가 생기게 된 것이다.장무
구거사(張無垢居士)는 “사람이 경솔하게 노하고 쉽게 기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