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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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성인의 말씀을 믿지 않고 천리(天理)를 어기는 짓을
죽을 때까지 계속한다.그래서 성인께서는 “3계는 별다른 법이
아니다.한 마음으로 지은 것일 뿐이다”고 하신 것이다.3계는
본래 일삼을 것이 없는데,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흔들렸을 뿐이
다.실로 이 사실을 믿는다면 모든 경계에 시비증애(是非憎愛)를
두지 말아야 한다.혹 이런 견해를 간직했다면 바로 이것을 두
고 자기 마음을 분별한 것이라 한다.자기의 마음을 분별했다면
내 마음의 도량도 비좁고 옹색할 뿐이다.시비를 분별할수록 마
음 그릇의 도량은 더욱 좁아진다.티끌 수처럼 두루한 법계를
우러러 관찰해 보아라!하루와 영겁의 세월의 차이가 고작 배
(倍)만 되겠는가!그러나 믿은 후에야 배울 수 있고,배운 후에
야 지극히 알 수 있고,지극히 안 후에야 밝힐 수 있고,밝힌 후
에야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뚜렷하게 밝히고 영원하게 살필
수 있다면,마음의 도량은 머지않아 허공과 같이 너그러워질 것
이다.비록 삼라만상이라 해도 이것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사
람마다 이 같은 도량을 갖추었건만,믿음이 독실하지 못하고 학
문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시비증애를 달게 여기고 번뇌습기의
세계에 갇혀 있게 되었다.수행하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마음을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