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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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23
겠는가?
수행을 잘하는 사람은 허깨비를 없애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오직 자기의 공부만 부지런히 할 뿐이다.자기의 마음자리만 깨
달으면 백천이나 되는 허깨비의 허망이 녹아져 진실하고 고요한
상태로 돌아간다.이때는 ‘없앤다’고 한 그 말마저도 오히려 부
질없는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4.말로써 성품을 깨칠 수 있는가?
묘희 대혜(妙喜大慧:1088~1163)스님은 말씀하시기를,“옛
사람은 모두가 마음을 밝혀서 성품을 보았는데,요즘 사람들은
으레 말로써 마음과 성품을 설명하려 드니,그대들로 하여금 30
년 후에 되돌려 받을 말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한다”하였다.
이는 교화가 날로 쇠퇴하고 인심이 날로 각박해져 감을 잘 지적
하신 말씀이다.
무엇이 견성(見性)인가 하면,다름이 아니라 수행하여 본래의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성품을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수행은 하
지 않고서 본래 자리에 도달한 듯이 말하는 것이다.이것은 천
하의 빼어난 인물이 모이는 서울[京都]을,다른 지방․다른 나라
에 사는 보잘것없는 어린애나 더벅머리 총각도 방향은 가리킬
수 있지만 직접 가보지 못한 것과 같다.아직 가보지 못했기 때
문에 ‘말로만 하는 자’라고 하는 것이다.서울에 대한 말이 많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