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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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49


               이미 ‘유랑’이라 해놓고서 ‘초월’이란 또 무슨 말인가?성인께
            서 언교(言敎)를 통하여 알려주려 한 것은 두 가지이다.하나는

            도를 깨닫도록 한 것이고,또 하나는 업에 얽매이는 이유를 밝
            히려 한 것이다.아끼는 마음[愛]때문에 도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은 공적인 재물을 아끼고 여러 사람을 아낀다는 말이다.다시

            말하면 상주물(常住物)을 마치 자기의 눈을 보호하듯이 아끼는
            것인데,이것이 바로 공적인 재물을 아낀다는 뜻이다.그래서 옛

            가르침에도,“내가 많은 생을 통하여 깨닫기를 바랐던 까닭은
            일체 중생을 구호하여 괴로운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그
            런 것이다”하였는데,이것이 바로 중생을 아끼는 것이다.이렇

            게 아끼는 마음을 품게 되면 깨달음을 기약하지 않아도 자연히
            깨닫게 된다.

               ‘아끼는 마음 때문에 업에 결박된다’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것
            이고,자기의 가까운 권속을 아낀다는 뜻이다.자신을 아끼기 때
            문에 아첨․질투․반연․치달림․광망(狂妄)․전도(顚倒)가 마

            구 일어난다.자기의 권속을 아끼는 데에는,애지중지하여 그들을
            영화롭고 명예롭게 하기 위해서라면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고
            마구 날뛴다.이렇게 몰지각하게 권속을 아끼다 보면 생각마다

            생사의 업습(業習)과 뒤얽혀 버리고 만다.
               이와는 반대로 증오가 있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자기를

            책망하는 것이다.자기의 가까운 권속 중에 올바른 수행을 안
            하는 자를 또한 책망한다.자기를 책망하기 때문에 게을러서 그
            저 편함만 바라는 잘못이 있게 되면,스스로를 경책하고 이 점

            을 뼈아프게 생각하며,깊이 반성하여 고치고 후회한다.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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